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나도 몰랐던 내 안 깊은 곳의 욕망

파리의 고급 스트립클럽 ‘A Mon Seul Desir’(My Sole Desire)에 박사 과정의 대학원생 마농(루이즈 쉐빌로트)이 오로라라는 예명으로 취직을 한다. 그녀는 동료 댄서이며 배우 지망생 미아(지타 한로트)와 친구가 된다.     마농은 ‘쉽고 빠른’ 돈을 보장해주는 욕망의 세계에서 곧 불타오르는 나방처럼 스타로 떠오른다. 이제 그녀에게 있어 스트리핑은 생계유지의 수단이 아니라 에로틱한 삶을 탐닉하며 미처 몰랐던 자아 속 욕망의 분출구가 된다.     마농은 직업과 개인적 욕망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성적 취향에 대한 질문에 직면한다.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대학원생의 삶과 벌거벗은 육체를 파는 스트리퍼의 삶이 우선순위가 바뀌고 거부할 수 없는 욕망의 세계가 펼쳐지면서 사치와 환락이 그녀의 일상을 지배한다.   이후 영화는 마농과 미아의 ‘관계’에 집중하고 그들의 심리 안에 잠재해 있는 레즈비언의 본능을 탐구한다. 두 여자는 관객 앞에서 레즈비언들의 사랑을 연습하면서 어쩌면 사랑일지도 모르는 감정에 흥분되고 함께 성적 유희를 경험한다.     영혼이 자유로운 마농에 비해 남자친구 몰래 클럽에서 일하는 미아는 주저한다. 그러나 마농의 에로틱한 여정에 친절한 가이드 역할을 하면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깊이 빠져든다. 마농과 미아는 매춘에 연루되고 남자들에게 성폭행을 당하면서 이들의 사랑과 우정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른다.   영화를 이끌고 가는 주된 동력은 프랑스 영화계의 새로운 주역 루이즈 셰빌로트(Louise Chevilotte)와 지타 한로트(Zita Hanrot)의 대담한 연기이다. 루시 볼레토 감독은 이들의 불꽃 튀는 연기를 토대로, 스트리퍼들의 에로틱한 삶을 탐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성노동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고통을 여성적 시각에서 들여다본다.     그녀는 미국영화들에서 흔히 보는 스트립클럽의 눈요기는 되지 않도록 자제하고 성을 상품화하는 시대의 편린들을 거부한다. 볼레토 감독의 성은 노골적이지 않아도 그 자체로 섹시하다.     영화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잡초처럼 자라는 두 스트리퍼의 삶을 통해 우리의 가장 깊은 욕망을 재조명한다. 사랑과 욕망, 그리고 환희, 그 모든 것들의 뒤에 오는 결론. 성의 영역에서는 모든 게 미스터리라는 사실.   김정 영화평론가 ckkim22@gmail.com욕망 유일 개인적 욕망 프랑스 영화계 마농과 미아

2024-02-23

[그 영화 이 장면] 다 잘된 거야

젊은 시절 기괴한 욕망의 세계를 보여주며 프랑스 영화계의 악동으로 떠올랐던 프랑소와 오종 감독도 불혹을 지나 지천명의 나이를 넘겼고, 그의 테마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작년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 받았던 ‘다 잘된 거야’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엠마뉘엘(소피 마르소)은 갑작스런 연락을 받는다. 아버지 앙드레(앙드레 뒤솔리에)가 쓰러졌다. 뇌졸중으로 반신마비가 온 앙드레는 딸에게 조용히 부탁한다. “끝내고 싶으니 도와다오.” 존엄사를 선택한 아버지를 위해 두 딸 엠마뉘엘과 파스칼(제랄딘 펠라스)은 영원한 이별을 준비한다.   몸이 말을 듣지 않고 너무 나이가 들어 일상 활동이 불가능해졌으며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계속 삶을 이어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다 잘된 거야’는 가장 행복한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마감하는 것이 하나의 대답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영화는 죽음으로 가는 과정을 관객이 실감하게 만든다. 추억을 되새기고 화해하고 위로하는 앙드레의 모습은 존엄한 죽음을 선택한 자가 세상을 떠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인생의 마지막 통과의례다.     그리고 그는 죽음을 설득시키기 위해 딸의 휴대전화 카메라 앞에서 유언을 남긴다. “더는 이 상태로 살고 싶지 않다. 이런 삶을 원치 않아. 그러니 나는 이젠 죽고 싶다. 이게 내 뜻이야.” 85년의 시간을 살고 이젠 죽음에 가까워진 자의, 담담하면서도 단호한 결정이다. 김형석 / 영화 저널리스트그 영화 이 장면 아버지 앙드레 프랑스 영화계 휴대전화 카메라

2022-09-09

프랑스 흑백영화 5편 ‘누벨 바그’의 문을 열다

독립영화 및 외국어영화 전문 플랫폼 OVID.tv는 2월 들어 프랑스 영화에 ‘누벨 바그’ 운동이 들어서기 전 시기인 50년대와 60년대 초의 영화 다섯 작품을 스트리밍하고 있다.     제작자, 작가로 활동했던 마크 알레그레(Marc Allegret)의 작품 세 편과 작가, 비평가, 배우로 활동한 자크 도니올 발크로즈(Jacques Doniol-Valcroze)의 작품 두 편인데 모두 최근 리매스터 작업을 거쳐 보다 선명한 화질로 재생된 프랑스의 흑백 고전들이다.     두 사람은 모두 프랑스 누벨 바그의 대표주자들인 자크 리베트, 프랑스와 트뤼포, 장 뤽 고다르, 클로드 샤브롤, 에릭 로메르 등과 함께 전통적인 영화 관습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했던 누벨 바그를 이끈 감독들이다.     대표적 서정파 감독 알레그레는 누벨 바그 열풍을 이끌며 프랑스 영화계에 지울 수 없는 획을 그은 배우 장 폴 벨몽드를 처음 발굴한 감독이다. 알레그레의 ‘퍼니 선데이’에 출연하면서 벨몽드는 고다르의 눈에 들었고 고다르의 데뷔작이면서 누벨 바그의 신호탄으로 칭해지는 ‘네 멋대로 해라’의 주인공으로 낙점됐다. 발크로즈는 누벨 바그 운동의 핵심이 됐던 유명 영화전문 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의 공동 창립자였다.     ▶줄리에타(Julietta, 1953)   누벨 바그 영화의 대표적 여배우 잔느 모로가 출연하는 코미디. 젊고 아리따운 줄리에타(대니 로빈)는 귀족 출신의 나이 많은 남자와 마음에 없는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녀를 태운 기차가 잠시 멈추고 줄리에타가 내린 사이 기차는 떠나버린다. 줄리에타는 젊고 잘생긴 변호사 안드레를 만나게 되고 그의 환대를 받으며 그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안드레에게는 이미 약혼자 로지(잔느 모로)가 있다. 세 남녀를 중심으로 삼각관계의 드라마가 정신없이 펼쳐진다. 마크 알레그레의 연출이 이 돋보이는 소극 형태의 개그와 사회 풍자, 로맨스 코미디 및 버라이어티쇼의 요소가 고루 조화를 이루고 있다.     ▶채털리 부인의 사랑  (L'Amant de lady Chatterley, 1955)   대담한 성 묘사로 출간 직후부터 논란을 일으켰던 D.H. 로렌스의 소설을 마크 알레그레 연출로 영화화한 이 작품 역시 첫선을 보이자마자 세계 각지에서 상영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다국적 스타들을 캐스팅하여 제작된 것도 특이 사항 중 하나다. 중산층 출신의 교양을 지닌 여성 콘스턴스(다니엘 다리유)는 1차 세계대전 와중에 귀족 클리포드 채털리와 결혼한다. 클리포드는 전쟁에서 하반신 마비가 되어 돌아오고 콘스턴스는 남편을 간호하는 데 전념하지만 점점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금이 가지 시작한다.     재산을 상속할 아들을 갖고 싶었던 클리포드는 콘스탄스에게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어 아들을 낳아달라고 부탁한다. 마음이 더욱 산란해진 콘스탄스는 산지기 올리버 멜라즈(에르노 크리사)에 끌리고, 그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클리포드는 콘스탄스가 멜라즈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에 격노하고, 이런 그의 태도에 충격받은 콘스탄스는 남편과의 결혼을 청산하고 멜라즈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자 한다. 콘스턴스 역의 다리유는 이 작품 외에도 '적과 흑', '나폴레옹' 등의 작품에 출연, 문학영화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2009년작 '버스터즈: 거친 녀석들'은 그녀에게 바치는 오마주였다.     ▶사랑을 위한 학교   (Futures Vedettes, 1955)   '프랑스의 매릴린 먼로' 브리지트 바르도의 초기 영화. 마크 알레그레 감독은 바르도의 섹시미를 최대한 활용, 향후 그녀가 세기의 섹스심볼로 떠오르는 기반을 마련해준다. 프랑스 에로티시즘의 거장 로제 바딤이 제작에 참여했다. 빈 음악학교 학생 소피(브리지트 바르도)와 엘리사(이자벨 피아)는 둘 다 노래 선생님인 테너 에릭 월터(장 마레)를 흠모한다. 에릭에게는 오직 그의 아내 마리만이 유일한 사랑의 대상이다. 그러나 유명 오페라 가수 마리는 결혼보다 자신의 커리어에 더 몰두한다. 마리가 공연 때문에 집을 떠나 있는 시간이 잦아지자 에릭은 서서히 소피의 관능과 엘리사의 순정에 묻혀 자신의 외로움과 슬픔을 달랜다.     ▶여섯 연인을 위한 게임    (L’eau a la bouche, 1960)   피레네 산맥에 위치한 바로크식 대저택에 살고 있는 밀레나. 이제 막 세상을 떠난 그녀의 할머니가 남긴 유서가 공개될 즈음, 상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든다. 밀레나의 과거 연인이었던 변호사 미겔은 손자 장 폴과 손녀 피피네를 부르고 이어 피피네의 애인 로버트가 도착한다. 로버트는 밀레나를 탐하고 피피네는 미겔을 연모한다. 그리고 하인 프루던스와 세자르도 이들 사이를 오가며 그들의 욕망을 채운다. 하룻밤 사이에 커플이 형성되고 아침이 되면 그들의 가면이 벗겨진다. 브리지트 바르도의 연인이었으며 프랑스 대중음악 샹송의 상징적 존재였던 세르주 갱스부르가 음악을 맡았다. 남녀의 본능적 사랑과 유혹이 가득 담긴 에로틱 코미디. 쟈크 도니올 벨크로즈 연출.     ▶부도덕한 순간 (La Denunciation, 1961)     쟈크 도니올 발크로즈 감독의 어둡고 야심에 찬 정치 스릴러. 전날 밤 스웨터를 잊어버린 나이트클럽으로 돌아온 미셸(모리스 로네). 그는 전날 살인자들을 목격한 연유로 뜻하지 않게 극우 언론인 살해 사건에 연루된다. 레지스탕스 시절의 동지이며 비밀 정치 조직의 일원인 엘리노어와 패트리스가 진짜 살인범이지만 경찰은 진실을 밝혀내지 못하고 미셸을 살인 혐의로 기소하기에 이른다. 로네는 알랭 드롱의 대표작 ‘태양은 가득히’의 부잣집 아들 필립 역을 맡았던 배우이다.   김정 영화평론가흑백영화 프랑스 프랑스 영화계 모두 프랑스 외국어영화 전문

2022-02-18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